음악세계라는 거창한 이름을 빌려 블로그를 열면서...
Part I: 따지고 보면 음악취향은 타고나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초등학교부터 제목도 모르고 뇌리속에 각인되어 흥얼거리던 음악들을 재발견하는 즐거움을 누린지는 10여년이 흘렀다. 천여장의 LP, CD 콜렉션을 바라보는 씁쓸함, 그 시절 멋모르고 닥치는데로 사모으던 음반들이 여전히 내 서재의 상당부분을 차지하지만, 특별히 리핑하는 것들은 최근 구매한 CD들 말고는 별로 없다. 중급이상의 오디오에서 듣는 음악의 호사스러움도 멀리하고, 고작 PC-FI도 못되는 기기들로 음악을 듣고 있는 내 자신이 우스워질 때도 있다. 그러나, 북셀프형의 스피커의 음량의 진동에 이웃의 항의에 그 후론 볼륨을 최대한 낮추다보니, 시들해진게 20여년 전이고, 졸업후 10여년은 녹음해둔 테이프를 운전중 듣는 外에는 음악과 동떨어져 있을 때도 있었다. 때는 MP3가 밀려올 즈음인 20세기 말, 원반으로 접하기 어려웠던 Boz Scaggs의 Loan me a dime을 냅스터를 전화케이블 모뎀을 통해 계속 연결해서 받은 용량이 10메가 파일의 절반도 안되는 4메가 남짓, 미국인 친구(?)로 부터의 메시지曰 '나도 너에게 음악을 끝까지 공유해 주고 싶지만 그렇게 느린 속도로 음악을 공유하는 건 전원낭비이니 이쯤에서 포기해라'라는... 암튼 격세지감이랄까?
그 당시 CD리핑조차 알지 못했던 나는 그 시절에도 LP와 CD를 테이프에 녹음해 듣곤했다.
Audio Galaxy라는 프로그램으로 내가 사모을 수 없었던 음원들을 MP3로 입수하기 시작했고, 그 이후 한 프로그램에서 꿈에 그리던 음반들의 음원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MP3 가득하던 HDD를 착각해 포멧하는 참사를 겪고, 그 복구를 포기했었다. 그러나, 그후는 무손실 음원을 찾아 헤매길 수 년... 평생 모두 들을 수 없는 분량의 음원들을 수집했는데, 이후에는 LP나 CD 모으는 감흥은 없었다. 이젠 이마저도 시들해지고, 다만 음악세계 애청곡들을 가까이 할 수 있어 좋았다.
Part II: Maria Callas를 알지 못했다면 나는 성악을 결단코 듣지 않았을 것이다. 10대에 누나 어깨너머로 들었던 Beatles, 내가 좋아서 들었던 게 아니라 반강제적으로 노출되었고 내게 반쯤은 자장가 혹은 때때로 듣기 싫은 소음(?)일 수 있었다. 그 후에 80년대 팝의 홍수속에 나만의 감수성을 충족시킬 음악에 목말랐다할 수 있었고, 그렇게 Yngwie Malmsteen의 LP를 구매한 후로 Heavy Metal에서 시작해서 소위 바로크 메탈이니, 이런 마이너(?) 장르의 음반들을 두루 섭렵(涉獵)하기에 이르러 10대후반에 Progressive, Art Rock의 세계에 입문하였다. 이때부터 대부분의 라디오 프로그램의 DJ들을 경멸하였다. 난 지금은 작고하신 박원웅님에게는 마음에 빚이 있다. 황인용 이 분은 존경한다. 그리고 진정한 대한민국 음악계의 양대산맥 - 씁쓸한 퇴장과 사업실패로 가슴아리게 하는 두 이름, 전영혁과 성시완 두 분이 계시다.
헤비메탈 백과사전을 책이 찢어지도록 읽게되어 적잖은 Group들에 대한 기초지식을 쌓을 수 있었고, 성시완 사장님 덕분에 꿈에 그리던 희귀음반들을 라이센스로 접할 수 있었는데, 그 당시 졸업후 취업즈음에 쏟아지던 Jazz음반들 구매에도 열중이어서 상당수 Item들을 한정된 시간과 금전적 부담으로 포기했었던 나름 쓰라린(?) 기억이 아련하다.
P.S: 1. 음악에 대해 그 누구보다 애착내지 집착하는 내게 이제는 홀로 남겨진 것 마냥, 음악적 스승을 찾기 어려운 요즈음 온라인상에서 마주칠 지 모르는 귀인을 기다리면서, 무지하고, 편향된 그리고 편협한 음악적 감성을 이 블로그에 담아 누군가와 소통하고자 한다.
2. 음악세계 애청곡들을 무손실음원(flac)으로 모은 지 7~8여년 남짓, 전영혁의 음악세계 불량(?)애청자중 한 명이었던 내 자신이 이미 죽어 화석이 되어버린 라디오 프로그램의 음악조각들을 되새김질하면서 느낀 것, 사실 음악세계는 후반부로 가서는 너무 치우쳐있어 신보소개중에서 리메이크된 곡들과 라이브 버전중에 원곡에 비할 바 못되는 곡들이 버젓이 리스트에 올라있기도 하고 크로스오버(특히 클래식)곡들중에서 원곡의 명반들에 비하면 망작스러운 곡들도 발견되고, 음악세계만의 색깔이랄 수도 변명할 수 있지만, 사실 잊혀져도 무방한 곡들도 상당수 발견되지만, 그 작은 흠결이 20여년의 노고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라 전영혁님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이며, 전영혁의 음악세계는 전대미문의 전무후무한 업적을 국내음악계에 남겨서 4-60대의 음악가 및 애호가들을 양산(?)하신 프로그램으로 기억된다.
3. 볼드체는 손실음원만 가지고 있는 것이 다수이고 입수를 포기한 두 곡, 이창식 - 새타령(알 수 없는 곡)과 J-Breaker - The Thing You See(잡지 부록앨범)는 돈을 주고도 구할 수 없다.